고단백에 습식이나 동결건조 사료라면 일단 웬만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 수의영양학 교과서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고단백에 대해 반려견 커뮤니티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들을 교과서 기준으로 검증해보겠습니다.
이 글의 근거는 Small Animal Clinical Nutrition 5th ed. (Hand et al., Mark Morris Institute, 2010)이며, 이하 SACN으로 표기합니다.

반려견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되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고단백 사료가 아니면 단백질이 부족할 것이다.
교과서는 시중의 사료가 최소 요구량의 3~7배를 함유하고 있다고 서술합니다 (SACN, p.95).
고단백을 먹여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지금 부족하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이 전제부터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과서는 선진국형 영양 불량이 '부족'이 아닌 '과잉'의 형태라고도 서술합니다 (SACN, p.5). 단백질도 예외가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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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4% 이하의 사료는 그냥 걸러라.
수의영양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단백질의 최소 요구량은 건물 기준 성견 8%, 자견 18% 입니다 (SACN, p.92).
다만 이것은 하루 최소 요구량이기에, 생활을 위해서는 조금 더 필요하겠죠.
교과서는 AAFCO 권고량 (건물 기준 성견 18%, 자견 22% 이상)을 언급하며, 이것을 최소 요구량이 아닌 일일 허용량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교과서가 권장하는 수치는 이렇다는 겁니다. 이는 교과서에서도 두번이나 반복될 정도로 강조됩니다 (SACN, p.8; p.92).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치죠? 오히려 이 정도로 낮은 사료를 찾는 게 더 어렵습니다.
시판 사료 대부분이 이보다 훨씬 높거든요.
그렇다면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단백질의 상한값, 하한값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젊은 건강한 성견: 건물 기준 15~30% (SACN, Table 13-3, p.261)
- 노령견: 건물 기준 15~23% (SACN, Table 14-2, p.275)
- 자견: 건물 기준 22~32% (SACN, Table 17-1, p.312)
- 임신, 수유기: 건물 기준 25~35% (SACN, Table 15-5, p.284)
- 다이어트용 사료: 25% 이상 (SACN, Table 27-4, p.514)
* 정상 체중이든 비만 경향이든 같은 기준입니다 (SACN, Table 13-3, p.261).
이에 사료 선택에 있어 제 기준은 건물 기준 18%~30% 사이입니다.
다만 시판 사료 대부분이 25% 이상이다 보니,
제가 선택하는 사료들은 주로 건물 기준 단백질 25%~30% 사이의 사료가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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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는 육식동물이니까 고기를 좋아하고 고단백이 중요하다. 즉 육식 > 고기 > 고단백.
일단 개는 육식동물이 아닙니다.
교과서에서 명확히 반박하는 부분이기에 교과서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개가 잡식이 아니라 육식이라는 주장은 분류학(Carnivora목)과 식성(carnivore)의 혼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개는 분류학상 식육목이지만 식성은 잡식이다. 판다곰이 분류학상 식육목이지만 식성은 초식인 것처럼 말이다.
(SACN, p.228).
즉, 근거 없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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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고단백이 건강한 강아지에게 나쁘다는 근거가 없다.
맞는 말입니다. 고단백이 건강한 강아지의 신기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다수의 연구에서 확인된 내용입니다.
교과서 역시 건강한 개에게 권장량 이상의 단백질을 급여하는 것이 진짜 독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서술합니다 (SACN, p.95).
다만 좋다는 근거도 없습니다. 나쁘다는 근거도, 좋다는 근거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확실한 것은 무엇일까요? 고단백이 신장, 간 기능이 떨어진 동물에서 해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과서는 이 경우의 과잉 단백질을 '조건부 독성(conditionally toxic)'이라고 표현합니다 (SACN, p.95).
이유는 이렇습니다. 단백질(더 정확히는 아미노산)이 분해되면 암모니아가 생기는데, 암모니아는 세포에 독성이 있습니다.
몸은 이걸 간과 신장에서 '요소'라는 덜 독한 형태로 바꿔서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단백질 분해로 생긴 질소의 90% 이상이 이 경로를 거칩니다 (SACN, p.90-91).
건강한 개는 이 시스템이 멀쩡하니까 문제가 없습니다. 과도한 단백질이 무해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장기가 처리해주고 있는 것에 가깝죠.
그런데 우리는 강아지의 신장·간 기능을 매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교과서는 노령견의 25%가 신장 질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서술합니다 (SACN, p.276). 네 마리 중 한 마리는 보호자도 모르는 사이에 기능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좋을 것도 없는데, 우리 강아지의 상태를 정밀히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만약 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해로울 수 있는 식단을 굳이 이어갈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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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탄수화물이 비만, 당뇨의 근원이다.
땡! 고탄수가 아니라 과다한 영양(즉 과도한 탄수, 단백, 지방 모두 포함입니다)이 비만, 당뇨의 근원입니다 (SACN, p.5).
비싼 단백질이 과다하면 결국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같은 길로 가는데 (SACN, p.90),
그 과정에서 암모니아라는 처리해야 할 독성물질이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3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시판 완전사료를 먹는 건강한 성견에게 단백질이 부족할 위험은 사실상 없다.
- 고단백(제 기준 30% 이상)은 건강한 성견에게 나쁠 것도 없지만 좋을 것도 없다. 신장·간 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해로울 수 있다.
- 교과서가 제시하는 범위는 건물기준 15~30%다. 시판 사료 대부분이 25% 이상이라, 테오언니는 25~30% 구간에서 고른다
저는 테오의 건강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편입니다. 새로운 실험을 별로 즐기지 않아요.
고단백 식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기 전까지는, 저는 계속 건물기준 25~30% 사료를 고를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건사료, 동결건조, 습식 사료에 대해 적어볼게요.
그 이후에는 제가 사료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출처: Hand MS, Thatcher CD, Remillard RL, Roudebush P, Novotny BJ, eds. Small Animal Clinical Nutrition. 5th ed. Topeka, KS: Mark Morris Institute; 2010.